신선채소를 냉장차에 실었습니다.
차량의 설정온도도 5℃로 맞췄습니다.
이 정도면 채소도 배송 내내 5℃로 유지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냉장차 안에서도 채소가 놓인 위치와 적재방법에 따라 온도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이 냉장차에 대해 한 가지 오해를 합니다.
“채소가 조금 따뜻해도 냉장차에 넣으면 금방 차가워지겠지.”
하지만 냉장차의 중요한 역할은 따뜻한 채소를 빠르게 식히는 것보다 이미 냉각된 채소의 온도를 운송 중 유지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냉장차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오늘은 냉장차의 냉기가 어떻게 움직이고, 채소를 어떻게 적재하느냐가 왜 중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냉장차는 거대한 냉장고와 조금 다릅니다
냉장차에는 냉동·냉장 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장치는 차량 내부의 열을 제거하면서 설정된 온도범위를 유지하도록 작동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차량 안의 공기온도와 채소 자체의 온도가 항상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차량 내부의 온도센서가 5℃를 표시한다고 해도 박스 안쪽에 있는 채소까지 정확히 5℃라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제품이 출고될 때 이미 따뜻한 상태였다면 박스 중앙의 열이 빠져나가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냉장운송의 첫 번째 조건은 의외로 차량이 아니라 제품의 출고온도입니다.
따뜻한 채소를 냉장차에서 식히면 안 될까요?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확한 채소의 온도를 빠르게 낮추는 과정은 6번째 글에서 알아본 예냉(Precooling)의 역할입니다.
반면 냉장차는 일반적으로 이미 예냉된 제품이 외부의 열을 받아 다시 따뜻해지는 것을 억제하면서 운송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뜻한 채소를 대량으로 실으면 채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열까지 냉장장치가 제거해야 합니다.
박스 내부까지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면 중앙에 있는 제품은 더욱 천천히 식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냉 → 냉장보관 → 냉장운송
이라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냉장차를 예냉설비 대신 사용하는 것은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냉장차 안에서도 냉기는 움직여야 합니다
냉장차의 냉장장치에서 차가운 공기가 나온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공기가 차량 안을 돌고 다시 냉장장치 쪽으로 돌아와야 차량 전체의 온도를 비교적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박스를 천장까지 빈틈없이 쌓거나 벽에 완전히 붙여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공기가 지나갈 통로가 줄어듭니다.
결국 냉기가 잘 도달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냉장운송에서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실을 수 있느냐뿐 아니라 공기가 이동할 공간을 확보했느냐도 중요합니다.
13번째 글에서 채소박스의 통풍구를 살펴봤던 이유와도 연결됩니다.
박스에 통풍구가 있어도 적재방법 때문에 공기의 길이 막혀버리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박스를 벽에 완전히 붙여도 될까요?
많은 양을 싣기 위해서는 빈 공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냉장차에서는 공간을 전부 제품으로 채우는 것이 항상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냉기가 순환하려면 차량의 구조에 맞는 공기 통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냉장장치에서 나온 공기가 화물 위쪽이나 주변으로 이동한 뒤 다시 돌아오는 구조라면 제품이 공기의 흐름을 막지 않도록 적재해야 합니다.
따라서 실제 적재에서는 차량 제조사와 냉장장치가 요구하는 적재공간과 적재선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량마다 냉기 순환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냉장차에 똑같은 간격을 적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팔레트도 온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냉장물류에서 팔레트를 사용하는 이유는 지게차 작업 때문만은 아닙니다.
적절한 구조의 팔레트는 화물을 바닥에서 띄우고 공기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팔레트 위에 박스를 어떻게 쌓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박스의 통풍구를 서로 막아버리거나 랩을 지나치게 감아 공기의 흐름을 제한한다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차량의 공기 흐름 → 팔레트 → 박스 통풍구 → 제품
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어느 한 부분이 막히면 냉기가 제품 전체에 균일하게 전달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냉장차 문을 열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배송을 하다 보면 차량 문을 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문이 열리는 순간 차량 내부에는 외부의 따뜻한 공기가 들어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외부 공기와 냉장차 내부의 온도 차이가 상당히 클 수 있습니다.
문을 다시 닫으면 냉장장치가 작동하면서 공기온도는 다시 낮아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기온도와 제품온도는 변화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잠깐 문을 열었다고 채소 전체의 온도가 즉시 외부온도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차량의 표시온도가 다시 빠르게 낮아졌다고 해서 모든 채소의 온도까지 즉시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냉장운송에서는 문을 여는 횟수와 시간을 불필요하게 늘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설정온도만 기록하면 충분할까요?
냉장차 운전석에서 설정온도를 확인하면 관리가 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말 알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배송 중 채소가 실제로 몇 ℃였는가?”
이를 확인하려면 온도기록계(Data Logger)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량 앞쪽, 중앙, 뒤쪽 또는 서로 다른 팔레트의 제품 사이에 기록계를 배치하면 배송 중 온도 변화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만약 특정 위치에서만 지속적으로 높은 온도가 측정된다면 단순히 냉장장치의 성능 문제라고 단정하기보다 적재방법이나 공기 흐름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반복적으로 같은 배송을 하는 경우라면 이러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감으로
“이 정도면 차갑겠지.”
라고 판단하는 것보다 실제 온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냉장차에 많이 실을수록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운송비만 생각하면 한 번에 최대한 많이 싣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적재량을 지나치게 늘려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면 온도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또 박스를 너무 높게 쌓으면 아래쪽 박스에 하중이 집중될 수도 있습니다.
13번째 글에서 알아본 것처럼 습기로 인해 골판지 박스의 강도가 떨어진 상태라면 압박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적재효율은 단순히
차량에 몇 박스를 넣을 수 있는가
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제품을 보호하면서 목표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범위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재할 수 있는가
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냉장차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환경이 다를 수 있습니다
냉장차 안은 하나의 공간이지만 모든 위치의 환경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냉장장치와 가까운 곳,
차량 문과 가까운 곳,
화물 중앙,
공기 흐름이 막힌 곳
등에서 온도 변화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배송지가 여러 곳이라 문을 반복해서 여는 운송에서는 후방의 제품이 외부 공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차량 구조와 적재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실제 운송조건에서 측정하는 것입니다.
냉장운송의 핵심은 ‘차가운 차’가 아닙니다
여기까지 보면 냉장운송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냉장차의 설정온도를 낮추는 것만으로 좋은 냉장운송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채소가 적절하게 예냉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다음 박스와 팔레트를 냉기가 이동할 수 있도록 적재해야 합니다.
배송 중 불필요하게 문을 오래 열어두는 것도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실제 제품온도를 기록해서 콜드체인이 유지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즉 좋은 냉장운송은
예냉된 제품 + 적절한 적재 + 공기순환 + 온도관리
가 함께 만들어내는 결과입니다.
핵심만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냉장차의 중요한 역할은 따뜻한 채소를 예냉하는 것보다 이미 냉각된 제품의 온도를 운송 중 유지하는 것입니다.
② 차량의 표시온도와 실제 채소의 온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③ 박스를 지나치게 빽빽하게 적재하면 냉기의 순환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④ 박스의 통풍구도 적재상태에서 서로 막히지 않아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⑤ 차량 문을 자주 또는 오래 열면 외부의 따뜻한 공기가 들어와 내부 온도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⑥ 적재량뿐 아니라 박스 압박과 공기 흐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⑦ 실제 냉장운송 상태를 확인하려면 설정온도만 보는 것보다 제품 주변의 온도를 기록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결국 냉장차에 채소를 실었다는 사실만으로 콜드체인이 자동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채소가 어떤 온도로 출발했고, 어디에 어떻게 적재됐으며, 배송되는 동안 실제로 어떤 온도를 경험했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실제 유통에서는 온도를 완벽하게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냉장창고에서 꺼내는 순간, 상하차하는 동안, 차량 문을 여는 동안 제품의 온도는 조금씩 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채소의 온도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는 일이 반복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다음 프레시랩 노트 16에서는 **「채소 온도가 올라갔다 내려가면? 온도이탈이 신선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