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는 아침에 수확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특히 상추와 같은 잎채소는 한낮보다 이른 아침에 수확해야 더 싱싱하고 품질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기온이 낮기 때문에 아침이 좋은 걸까요? 아침 수확이 유리한 데에는 채소가 가진 수분과 품온, 수확 후 냉각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함께 관련됩니다.
하지만 잎에 이슬이 많이 남아 있거나 수확 후 바로 냉각하지 못한다면 아침에 수확했다는 사실만으로 품질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채소 수확 시간은 시계만 보고 정하기보다 수확 당시의 채소 상태와 이후 작업까지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아침에 수확한 채소는 무엇이 다를까요?
채소는 밤 동안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수분을 회복합니다. 낮에는 햇빛과 높은 기온의 영향으로 증산이 활발해지면서 잎에서 빠져나가는 수분량도 많아집니다.
반면 이른 아침에는 한낮보다 기온이 낮고 잎의 수분 상태도 상대적으로 양호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상추와 같은 잎채소는 아침에 수확하면 잎이 더 단단하고 팽팽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유타주립대학교의 수확 후 관리 안내에서도 가능하면 하루 중 서늘한 시간에 수확하도록 권장합니다. 수확물의 온도가 낮으면 품질 저하 속도와 냉각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침에 수확한 모든 채소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수확 당시의 기온과 습도, 일사량, 작물의 수분 상태가 다르므로 실제 현장에서는 채소의 상태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수확 시간은 채소의 품온을 바꿉니다
수확 직후 채소가 가진 온도를 일반적으로 품온이라고 합니다. 같은 저장고에 넣더라도 처음부터 품온이 낮은 채소와 햇빛을 받아 온도가 높아진 채소는 냉각 과정이 달라집니다.
한낮에 수확한 채소는 주변 기온뿐 아니라 직사광선의 영향을 받아 품온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 상태로 상자나 수확 용기에 겹쳐 놓으면 안쪽에 있는 채소의 열이 빠져나가기 어려워집니다.
저장고의 공기온도가 낮다고 해서 채소 중심부의 온도도 곧바로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수확 시간별 차이를 확인하려면 기상정보의 외기온만 기록해서는 부족합니다.
실제 수확물의 품온과 냉각 후 품온을 함께 측정해야 수확 시간이 이후 공정에 미친 영향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채소 품온을 어디에서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는 공기온도와 품온의 차이를 다룬 글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품온이 높으면 왜 빨리 냉각해야 할까요?
수확한 채소도 살아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호흡을 계속합니다. 일반적으로 안전한 범위에서 온도를 낮추면 호흡과 수분 손실, 품질 변화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FAO는 수확 이후 소비될 때까지 품질을 유지하는 데 온도 관리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아침 수확의 장점은 단순히 ‘아침에 딴 채소가 더 싱싱하다’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제거해야 할 포장열이 적으면 목표 품온까지 낮추는 부담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수확했어도 햇볕 아래 오래 방치하면 낮은 품온이라는 장점은 빠르게 사라집니다.
수확물은 가능한 한 그늘로 옮기고 품목에 맞는 방법으로 신속히 냉각해야 합니다. 수확 직후 열을 제거하는 과정은 채소 예냉의 원리와 필요성에서 이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슬이 남은 아침이라면 무조건 좋을까요?
이른 아침에는 잎 표면에 이슬이나 물방울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채소 내부의 수분이 충분한 것과 잎 표면이 물에 젖어 있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잎이 젖은 채로 밀폐 포장되면 포장 안에 자유수가 남고, 온도 변화가 생겼을 때 물방울이 더 쉽게 축적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잎이 겹쳐지고 통풍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표면의 물기가 빠르게 마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가장 이른 시간’만을 고집하기보다 작물 표면의 물기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다면 기온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이면서 잎의 과도한 이슬이 어느 정도 마른 시점을 선택합니다.
물기가 많은 상태로 수확해야 한다면 즉시 밀봉하기 전에 배수와 표면 수분 관리가 필요합니다. 수확 후 분무나 세척에 물을 사용한다면 물의 위생 상태와 작업 도구의 청결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오후에 수확하면 모두 품질이 나쁠까요?
작업량이나 출하 일정 때문에 모든 채소를 아침에만 수확하기 어려운 현장도 있습니다. 시설재배에서는 계절과 환기 상태에 따라 오전에도 내부 온도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흐린 날이나 기온이 낮은 계절에는 오후라도 품온이 크게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후 수확이라는 이유만으로 상품성이 낮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수확 시각 그 자체보다 수확 당시의 품온과 수분 상태입니다. 수확 후 햇빛에 노출된 시간과 목표 온도까지 낮추는 데 걸린 시간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오후에 수확하더라도 그늘에서 바로 관리하고 신속히 예냉한다면 품질 저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침에 수확했어도 상온에서 장시간 대기한다면 수확 시간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합니다.
우리 현장에 맞는 수확 시간을 찾는 방법
수확 시간의 효과를 확인하려면 감각적인 평가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품목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다음 항목을 기록해봅니다.
- 수확 시작·종료 시각
- 시설 내부 또는 밭의 기온
- 수확 직후 채소의 품온
- 잎 표면의 물기 여부
- 그늘이나 냉장시설로 이동한 시각
- 예냉 시작 전과 종료 후의 품온
- 포장 전 대기시간
- 다음 날 시듦·황화·물러짐 등 품질 상태
오전 수확분과 오후 수확분을 비교할 때는 품종과 크기, 재배 위치, 포장 조건을 최대한 같게 맞춥니다. 수확 시간만 다르게 하고 나머지 조건을 비슷하게 해야 품질 차이의 원인을 판단하기 쉽습니다.
한두 번의 결과만으로 기준을 정하기보다 맑은 날과 흐린 날, 계절별로 기록을 쌓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무조건 오전 몇 시’라는 기준보다 우리 현장에 맞는 수확 조건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확 시간별 관리 기준을 이렇게 정할 수 있습니다
아침 수확은 다음 조건에서 특히 유리합니다.
- 한낮에 시설 내부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시기
- 상추처럼 수분 손실과 시듦에 민감한 잎채소
- 수확 직후 예냉시설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경우
- 잎 표면의 과도한 이슬이 어느 정도 마른 상태
반면 다음 상황에서는 수확 시각보다 수확 후 작업 흐름을 먼저 개선해야 합니다.
- 수확 후 채소가 햇볕 아래 오래 대기하는 경우
- 예냉 시작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
- 젖은 잎을 바로 겹쳐 밀봉하는 경우
- 수확 용기에 너무 많이 담아 압박이 생기는 경우
- 공기온도만 확인하고 실제 품온은 측정하지 않는 경우
수확 과정의 압박과 충격 역시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관련 원리는 수확·선별 중 물리적 손상과 신선도의 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수확 시간은 다음 공정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잎채소는 일반적으로 품온이 낮고 수분 상태가 좋은 이른 아침 수확이 유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아침이라는 시각 하나만으로 수확 후 품질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잎에 남은 물기와 직사광선 노출시간, 예냉 시작까지 걸린 시간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수확 시각을 고정하는 것보다 품온과 표면 상태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좋은 수확 시간은 채소를 따는 순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늘 이동과 예냉, 선별과 포장까지 연결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