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로스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장 먼저 새로운 장비부터 생각하기 쉽습니다.
더 좋은 냉장고를 설치하거나 포장재를 바꾸면
로스가 바로 줄어들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개선은 장비보다 먼저
어디에서 로스가 생기는지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수확할 때인지, 선별할 때인지, 보관 중인지에 따라
필요한 해결방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채소 로스를 줄이기 위해 현장에서
어디부터 살펴보면 좋은지 순서대로 알아보겠습니다.
1. 먼저 로스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점을 찾습니다
지난 글에서 로스율을 계산하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로스율이 15%라는 사실만 알고 있어서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로스를
발생 단계별로 나누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습니다.
수확 → 입고 → 선별·정제 → 포장 → 보관 → 운송 → 판매
그리고 각 단계에서 얼마의 손실이 생기는지 기록합니다.
FAO 역시 식품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손실이 발생하는 지점을 파악하고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
가장 큰 손실이 발생하는 곳부터 찾는 것입니다.
2. 로스의 ‘무게’보다 ‘원인’을 같이 기록합니다
하루에 채소 30kg이 버려졌다고 해보겠습니다.
오늘 로스 30kg
이렇게만 기록하면 다음 날에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원인을 나눠 기록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외엽 제거 12kg
시듦 7kg
물러짐 5kg
압박·찢어짐 4kg
기타 2kg
이제 무엇부터 살펴봐야 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정상적인 외엽 제거가 많은 것인지,
시듦 때문에 불필요한 손실이 큰 것인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즉 로스량은 결과이고
로스 원인은 개선할 곳을 찾는 단서입니다.
3. 원물 상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작업장에서 로스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항상 작업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손상되거나 시든 원물이 들어왔다면
정상적으로 선별해도 로스율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원물 상태를 간단하게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양호 / 보통 / 불량
정도로만 나누어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입고량과 입고시간, 원물 상태도
함께 기록하면 나중에 비교하기 쉬워집니다.
수확 당시의 성숙도와 수확 방법, 이후 취급조건은
최종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로스를 작업자의 문제로만 보면
정작 중요한 원인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4. 수확 후 ‘기다리는 시간’을 살펴봅니다
수확한 채소가 바로 예냉이나 작업으로 들어가는지,
한동안 그대로 대기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더운 날에는 이 시간이 중요합니다.
UC Davis 교육자료에서는 수확 후 온도관리가 중요하며
고온 노출을 줄이기 위해 그늘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수확 후 처리 단계 사이의 시간을 줄이면
온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냉장설비를 고민하기 전에
수확 → 이동 → 예냉 → 작업
사이에 불필요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5. 시듦이 많다면 수분 손실부터 의심합니다
로스 가운데 시든 잎의 비중이 높다면
수분 관리가 중요한 점검 대상입니다.
채소는 수확 후에도 계속 수분을 잃습니다.
특히 상추 같은 잎채소는 표면적이 넓어
수분 손실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높은 온도와 건조한 환경은
수분 손실을 더욱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듦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물을 더 뿌리는 것부터 시작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제품온도
보관공간의 온도와 습도
포장상태
보관시간
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인을 모른 채 물만 추가하면
오히려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6. 눌리고 찢어진다면 작업 동선을 살펴봅니다
채소 표면에 눌린 자국이나 찢어진 잎이 많다면
온도보다 취급 과정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소를 작업대에 올리고,
선별하고,
다른 용기로 옮기고,
다시 포장하고,
박스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제품을 여러 번 만질 수 있습니다.
FAO는 적절한 수확 후 취급을 통해
물리적 손상을 줄이는 것이 품질 유지에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포장 역시 운송 중 압박과 마찰로부터
농산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손상 로스가 많다면
제품을 몇 번 옮기는지 직접 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불필요한 이동 한 번을 줄이는 것이
새로운 장비보다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7. 포장박스를 무조건 꽉 채우지 않습니다
박스 하나에 많이 담으면
포장비와 운송비를 절약할 수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연한 채소를 지나치게 압축하면
아래쪽 제품에 하중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헐겁게 넣으면 운송 중 움직이면서
마찰과 충격이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UC Davis 교육자료에서는 운송 시 균일한 용기를 사용하면
적재를 일정하게 하고 제품 움직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박스당 최대 중량만 찾기보다
손상 없이 운송할 수 있는 적재량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8. 온도 문제라면 냉장고 숫자만 보지 않습니다
냉장고가 5℃로 설정되어 있다고 해서
채소가 항상 5℃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따뜻한 원물을 한꺼번에 넣거나
공기 흐름이 막히면 제품온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UC Davis 자료에서도 수확 후 적절한 온도관리는
품질 유지의 핵심 요소로 설명됩니다.
브로콜리의 경우 저장온도가 높아질수록
저장 가능기간이 크게 짧아지는 사례도 확인됩니다.
따라서 온도 문제를 확인할 때는
냉장고 설정온도
뿐만 아니라
실제 제품온도
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9. 로스가 많은 시간대를 찾아봅니다
같은 작업에서도 오전과 오후의
로스율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후에 들어오는 원물의 온도가 더 높거나,
작업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작업량이 몰리면서 제품을 거칠게 다루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루 전체 로스율만 기록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시간대를 나눠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전 작업 8%
오후 작업 14%
가 반복된다면 단순한 우연인지
시간대별 조건 차이인지 확인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렇게 데이터를 조금씩 쪼개보면
숨어 있던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0. 가장 큰 로스 하나부터 개선합니다
로스 원인을 기록하다 보면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보일 수 있습니다.
시듦도 있고,
외엽도 많고,
운송 손상도 있고,
포장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동시에 모두 바꾸면
오히려 어떤 변화가 효과가 있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장 큰 원인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 로스 100kg 가운데
시듦이 40kg으로 가장 많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시듦과 관련된
예냉 시간 → 제품온도 → 습도 → 포장 → 보관시간
을 점검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 같은 기준으로 측정합니다.
11. 바꾸기 전과 바꾼 후를 비교해야 합니다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포장방법을 바꿨다고 해서
로스가 줄었다고 바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변경 전 일주일 평균 로스율이 15%였다면
그 숫자를 먼저 기록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조건을 변경한 뒤
같은 방식으로 다시 측정합니다.
예를 들어 평균 로스율이
15% → 12%
로 내려갔다면 개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변화가 없다면
다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경험이나 느낌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준으로 개선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12. 로스를 줄인다고 품질기준까지 낮추면 안 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함정이 있습니다.
로스율을 낮추기 위해 원래 제거해야 하는
불량 부분까지 상품에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숫자상 로스율은 내려갑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받는 제품의 품질도
함께 떨어질 수 있습니다.
좋은 로스 개선은 버려야 할 것을 덜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원래 정상적인 상품이 될 수 있었던 채소가
관리 문제로 버려지는 것을 줄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로스율과 함께
최종 제품의 품질도 같이 확인해야 합니다.
비싼 장비보다 먼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채소 로스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큰 투자가 먼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작업 대기시간을 줄이거나,
제품을 옮기는 횟수를 줄이거나,
박스 적재량을 조절하거나,
입고상태를 기록하는 것처럼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개선도 있습니다.
UC Davis 역시 적절한 수확 후 취급과 온도관리가
신선도와 품질 유지에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먼저 이런 기본적인 부분을 확인한 뒤에도
문제가 반복될 때 설비나 포장 변경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결국 로스 개선은 작은 실험의 반복입니다
좋은 로스 관리는 한 번에
완벽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측정 → 원인 찾기 → 하나 변경 → 다시 측정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포장재를 바꿨다면
다른 조건은 가능하면 그대로 유지합니다.
그래야 로스율이 달라졌을 때
무엇이 영향을 주었는지 판단하기 쉬워집니다.
작은 변화라도 반복해서 확인하면
자신의 작업환경에 맞는 기준이 만들어집니다.
개선 효과는 로스율과 로스 감소율을 나눠봅니다
작업방법을 바꾼 뒤 로스가 줄었다면
단순히 “조금 좋아졌다”라고 기록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같은 기준으로 개선 전후의 로스중량을 측정합니다.
로스 감소율(%) = (개선 전 로스중량 – 개선 후 로스중량) ÷ 개선 전 로스중량 × 100
예를 들어 같은 양을 손질했을 때
로스가 20kg에서 12kg으로 줄었다면,
(20kg – 12kg) ÷ 20kg × 100 = 40%입니다.
이때 “로스율이 40%”라는 뜻은 아닙니다.
기존에 발생하던 로스가 40% 감소했다는 의미입니다.
비교할 때는 원물중량과 품종, 작업자, 작업시간,
원물 상태와 보관조건을 가능한 한 비슷하게 맞춰야 합니다.
UNECE의 신선농산물 로스 측정 방법도
생산부터 도매까지 공정과 참여자를 구분하고,
어느 단계에서 손실이 발생하는지 수량으로 확인하는 접근을 제시합니다.
개선 기록은 네 단계로 남기면 됩니다
- 기준 측정: 현재 로스중량과 발생 공정을 기록합니다.
- 원인 가설: 대기시간·원물 상태·손질·압박 등 의심 원인을 하나 정합니다.
- 한 가지 변경: 여러 조건을 동시에 바꾸지 않고 우선순위가 높은 조건부터 바꿉니다.
- 재측정: 같은 기준으로 로스중량과 상품중량을 다시 비교합니다.
FAO의 식품 로스 분석 방법 역시
현황 선별, 조사, 물량 추적, 원인 종합과 해결책 탐색처럼
손실 지점을 찾고 결과를 활용하는 단계를 강조합니다.
핵심만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로스를 줄이기 전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단계를 먼저 찾습니다.
② 로스량뿐 아니라 발생 원인을 함께 기록합니다.
③ 원물 상태와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로스를 구분해서 봅니다.
④ 시듦이 많다면 온도·습도·포장·보관시간을 확인합니다.
⑤ 눌림과 찢어짐이 많다면 취급 횟수와 작업 동선을 점검합니다.
⑥ 냉장고 설정값만 보지 말고 실제 제품온도도 확인합니다.
⑦ 한꺼번에 여러 조건을 바꾸지 말고 가장 큰 원인부터 개선합니다.
⑧ 변경 전후의 로스율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합니다.
⑨ 로스율을 낮추기 위해 상품 품질기준까지 낮춰서는 안 됩니다.
채소 로스를 줄이는 방법은
의외로 특별한 기술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먼저 어디에서, 왜, 얼마나 버려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다음 가장 큰 원인 하나를 바꾸고
결과를 다시 확인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로스는 단순히
버려지는 채소가 아니라 개선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됩니다.
그런데 로스를 줄이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정상 판매가 어려운 채소가 생겼을 때
무조건 폐기하는 것만이 답일까요?
다음 프레시랩 노트 21에서는
**「상품성이 떨어진 채소는 모두 버려야 할까? 로스 활용의 기준」**을 알아보겠습니다.
참고자료
UNECE – Simply Measuring: Quantifying Food Loss & Waste
신선농산물 로스 측정 방법 확인
FAO – Food Loss Analysis Case Study Methodology
FAO 식품 로스 분석 과정 확인
FAO – Food Loss Analysis Case Study Methodology Fact Sheet
FAO 공식 자료 확인